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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스토리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법

by 시윤이네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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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듣는 것이 곧 사랑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왜 그렇게 말 안 들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을 아이의 입장에서 바꿔 보면, “왜 엄마 아빠는 내 말을 안 들어줘?”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감정의 표현이고, 관계 맺기의 시작이며,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첫걸음입니다. 그렇기에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아이를 존재로서 인정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방법입니다. 사랑은 눈빛과 스킨십으로도 전달되지만,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방식 중 하나는 바로 ‘들어주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때, 부모와의 유대감을 더욱 단단히 쌓아갑니다.

2. 듣는다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표현 능력이 부족하고, 말의 속도도 느립니다. 때로는 엉뚱한 말을 하거나 주제 없이 떠들어대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말을 끊고 요점을 재촉하거나, 미리 결론을 내리는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경청은 기다림에서 시작됩니다. 아이가 말을 더듬더라도, 반복하더라도, 끝까지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는 아이에게 “네 말은 중요한 이야기야”라고 말해주는 행위입니다.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고 표현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점차 자신 있게 말하고, 더 나아가 타인에게도 경청하는 태도를 배워나갑니다.

3. 눈을 맞추고 몸을 향하다

경청은 귀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로 아이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시선과 몸의 방향, 표정과 반응 모두가 그 말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엄마, 있잖아…”라고 말을 걸 때,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거나, 대충 “응, 알겠어”라고 대답하는 것은 경청이 아닙니다. 아이는 부모의 반응을 예민하게 느끼고 기억합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말할 때는 눈을 맞추고, 몸을 아이 쪽으로 향하며, 미소나 고개 끄덕임으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비언어적 표현들이 아이에게는 “지금 엄마 아빠는 내 이야기를 정말 듣고 있어”라는 강한 신호가 됩니다.

4. 판단보다 공감이 먼저다

아이의 말을 들을 때 부모가 자주 빠지는 오류 중 하나는 ‘해결’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떤 고민이나 속상한 이야기를 꺼낼 때, 부모는 바로 조언을 하거나 원인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원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먼저 ‘이해받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가 나랑 안 놀아줘서 속상했어”라고 말했을 때, “너도 먼저 다가가 봐야지”라고 조언하기 전에 “정말 속상했겠다, 마음 아팠겠네”라고 공감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공감의 언어는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줍니다.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아이는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공감은 경청의 핵심이며, 아이와의 정서적 연결 고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5.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들어주기

아이들은 때때로 엉뚱하거나 과장된 말을 하기도 합니다. “난 진짜 학교 가기 싫어”, “엄마는 나 안 좋아하잖아”, “다시는 친구 안 만날 거야” 같은 말은 듣는 부모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소리야, 그런 말 하면 안 돼”라며 즉각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는 행동입니다. 아이의 말은 논리적 진실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이 담긴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가 많이 힘들구나”,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건 변함없어.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느꼈구나”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방법입니다. 감정의 파도가 지나간 후, 아이는 스스로 더 차분한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6.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진짜 마음 찾기

아이들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그 얘기 또 하네” 싶겠지만, 반복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그 이야기가 아이에게 여전히 중요한 감정이라는 뜻입니다. 때로는 말로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꾸만 “오늘 친구랑 놀아서 너무 좋았어”를 반복한다면, 그 속에는 “앞으로도 이렇게 놀고 싶어”, “오늘 하루가 특별해서 계속 기억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는 이런 반복 속에서 아이가 정말로 말하고 싶어 하는 감정의 실마리를 잡아야 합니다. 단순한 이야기도 진심으로 들어줄 때, 아이는 부모를 ‘마음이 통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7. 말하지 않는 말도 듣는 경청

경청은 말뿐 아니라 말하지 않는 태도 속에서도 필요합니다. 어떤 날은 아이가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아무리 물어봐도 짧게 대답하거나 고개만 젓는 날이 있기도 합니다. 이럴 때 부모는 무언의 언어를 경청해야 합니다. 아이의 표정, 행동, 말투, 기운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고, 말로 다가가기보다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도 경청의 한 방식입니다. “지금은 말하기 싫을 수도 있겠구나. 괜찮아, 말하고 싶을 때 언제든 들어줄게”라는 마음을 전하면, 아이는 언젠가 스스로 말을 꺼낼 준비가 되었을 때 부모를 찾게 됩니다. 침묵을 존중하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오히려 깊은 경청의 자세입니다.